서머 타임 도입을 반대한다 :: 2009/07/30 00:08

  오늘 아침 핸드폰 뉴스를 보니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에 서머 타임을 도입하겠다고 했다는 기사였다. 아침부터 성질이 뻗치게 만드는 기사를 제공해 준 이명박 대통령에게 먼저 감사를 표하면서 내가 개인적인 얘기부터 해보려 한다.

나는 2007년 5월에 뉴욕을 가면서 중간 경유지로 일본 땅을 밟았었다.1 비행 밤에 도착한 후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서 난 깜짝 놀랐다. 밖이 너무 환한 것이 아닌가. 아침 9시까지 나리타 공항으로 돌아가서 비행기를 타야 했었기에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시계를 봤다. 내 시계 액정엔 "6:08"이라는 숫자가 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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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겁했던 나는 카메라를 들고 '놀란 기념' 바깥 사진을 찍었다. 저게 5월 초순의 6시다. 믿겨지는가?)


  전 세계의 표준 시간대는 본초 자오선과 그 지점이 이루는 각도인 경도를 통해 정해진다.2 일본의 표준시간은 동경 135'선을 기준으로 하는데, 내가 위에서 언급했던 나리타의 경도는 동경 140' 23"이다. 시간이 딱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동경 135'선에서부터 동쪽으로 5' 23" 떨어져 있기 때문에 나리타는 그렇게 ‘빨리’ 해가 떠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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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현재 각 국이 사용하고 있는 표준시간대)


  굳이 5' 23" 떨어진 지역이 아니고, 표준 시간대로 쓰는 경선 위에 있는 지역이라도, 여름 해는 꽤 이른 시간에 떠오른다. 시계에서 표시되는 시간에 비해 빨리 해가 밝아 오는 것이다. 이때 여름에 한 시간을 당기면 어떨까. 겨울에 비해 빨리 밝아오는 여름과의 신체 리듬도 맞추고, 밤에 불을 켜야 하는 시간도 줄어드니 자원도 절약하고, 시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일석 삼조가 아닐 수 없다. 이게 바로 세계 각국이 서머 타임 사용을 주장하는 근거다. 이명박 정부와 재계도 이런 맥락에서 서머 타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무시하는” 요인이 있다. 한국의 경도는 우리가 표준시로 사용하는 경선에서 엄청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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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색 - 현재 서머 타임 시행 지역, 황색 - 과거에 서머 타임을 시행했으나 현재 시행하지 않는 지역, 적색 - 서머 타임을 한 번도 시행한 적이 없는 지역)

  한국 표준시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동경 135'선을 기준으로 한다.3 서울의 경도가 동경 126도 58분 부산의 경도가 동경 129' 4"임을 감안하 상당히 멀리 떨어진 것이다. 1" 당 4초의 시차가 생기므로, 서울은 표준 경선과 약 32분, 부산은 약 23.5분의 시차가 발생한다. 우리는 벌써 표준시보다 30분 앞서 살고 있는 것이다! 서머 타임이 원래 시간을 한 시간 앞으로 당긴다는 것을 고려해보라. 지금 이명박 정부의 주장은 여름에 1시간 30분 앞서 살자는 것과 같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나는 7시 15분쯤에 집을 나섰었다. 12월에 나가보면 이 시간엔 해도 아직 안 떠있다. 학교에 들어와서 문제집 좀 풀고 있으면 7시 40분쯤은 돼야 교실 창문을 넘어 들어오는 눈부신 아침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30분 앞서 간다는 건 이런 것이다. 동경이라면 7시에 이미 해가 뜨고 있었을 것이다.  직장인들은 이때 나보다도 일찍 집을 나선다. 경기도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6시 30분쯤에 나오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 사람들은 겨울이 되면 해가 뜨지도 않은 ‘밤’과 같은 상황에서 출근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언급하는 이유는, 서머 타임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점에서 이런 일이 똑같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서머 타임을 시행하는 외국 여러 국가들에서도, 서머 타임 기간 초반이나 끝 무렵에는 해가 뜨지도 않은 상황에서 출근을 해야 하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실질적으로 1시간 30분을 당겨야 하는 우리는? 당연히 더 심할 것이다. 근데, 위에서 말했듯 이미 우리는 그런 짓을 매 겨울마다 하고 있다.

  서머 타임은 효과적인 지역에서 시행했을 경우 분명 많은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떠한가? 지리적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될 위치다. 이미 30분씩 하프-서머 타임을 적용해서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명박 정부는 대체 뭘 더 바라는 것인가? 한국의 지리적 상황을 깡그리 무시하고,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순기능을 갖고 홍보하려는 처사는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무시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당장 그만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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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tnote.
  1. 이 이전에도 초등학교 2학년땐가, 부모님과 함께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근데 그때 어딜 갔고 뭘 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Back]
  2. 지구는 둥그니까 360도다. 이걸 하루인 24시간으로 나눠보면 한 시간은 동경 15도를 단위로 끊기게 된다. [Back]
  3. 이는 일제 강점기때 정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한때 동경 120'선과 동경 135'선의 중간인 동경 127.5'선으로 표준시를 정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각종 편의상 문제로 기각되었었다. 실제 30분 단위가 들어가는 시간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불편해서 잘 쓰이지 않는다. 인도와 호주의 일부 지역만 30분 시차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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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cked from Tramadol side effects. | 2009/12/19 07:57 | D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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